본문 바로가기
Development/log

[log] 2021년 회고록

by jojo 2022. 1. 1.

 

 

 

2021년은 그냥 무던하게 지나간 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2월> 임용고시와 졸업

작년 11월 쯤에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임용고시를 보았다. 시험 당일 아침으로 먹을 만한 게 딱히 없어서 (먹으면 시험에서 미끌어진다는) 미역국을 먹고 시험장을 가고,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좌석을 잘못 앉아서 친구가 눈치를 주는 등 시트콤 같은 하루였던 것 같았다.

그냥 시험장이나 구경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갔지만 고사장에서 긴장한 임고생들, 어쩌면 예민하기까지 한 그들을 보면서 나도 어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2월에 졸업을 했다.

 

사진만 찍고 끝난 졸업식

 

 

<4월> 개발입문

요즘 대학생들을 1학년 기초교양으로 코딩을 배운다는 말을 듣고 코딩이 뭔지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마침 친구의 남자 친구분이 개발자셔서, 그분께 뭐부터 하면 좋을지 여쭤봤고 입문강의로 생활코딩을 추천해주셨다. 생활코딩의 HTML CSS강의를 들었고 깃허브 계정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만들었다. 나중에서야 그게 개발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라는 걸 알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괴로웠던 것 중 하나는 '이 글을 읽고 내용을 5 문장으로 요약하라.'와 같은 문제였는데, 이 문제들을 풀고 답안을 제출해도 내 답이 정답인지, 정답에 가까운 답안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코딩을 하면서 '화면에 글자를 띄워고 배경을 빨간색으로 만들어라'와 같은, 결괏값이 0 아니면 1인, 기능이 구현되거나 안되거나 둘 중 하나인 이 분명함과 명료함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짠 코드를 화면에서 바로 보면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프런트엔드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코딩을 더 배우고 싶어 지면서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이때부터 개발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

 

GitHub에 처음 잔디를 심은 날

 

 

<10월> 엘리스 SW 엔지니어 트랙

본격적으로 JavaScript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집에서 책과 인강으로 독학을 하는 것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여러 교육기관들을 알아보았지만 국비지원 코스는 대부분 Java 위주였고 부트캠프는 큰돈을 주고 가기에는 꺼려졌다. 

그러던 중 프런트엔드 국비지원 코스가 여러 교육기관에서 개설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중 엘리스 SW 엔지니어 트랙에 지원하게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1차 합격했을 때 대학 합격 이후로 오랜만에 스스로 뭔가 이루어낸 것 같아서 정말 기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차는 대부분 통과시켜주는 것 같더라) 2차인 코딩 테스트도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어찌어찌 통과하게 되었고 결국 화상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대학을 정시로 들어와서 인생에서 본 면접이라고는 알바 면접 밖에 없어서 화상면접이 매우 매우 떨렸지만 막상 면접이 시작되니까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나는 볼 수 있었다. 

 

코스를 진행하면서 혼자 공부했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JS 심화 개념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 현직에서 일하시는 개발자분들의 강의를 들으며 회사에서 어떤 개발자를 원하는지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같이 코스를 수강하시는 분들 중에 잘하시는 분이 많아서 그분들을 보면서 좌절도 많이 했지만 동시에 성장에 대한 욕구를 느꼈다.

코스의 중반을 넘어선 지금도 매일 좌절과 기쁨에 허덕이고 있다. 신기한 것은 좌절도 여러 번 경험하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멘탈도 맷집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12월> 생애 첫 팀 프로젝트

최근에 팀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팀 프로젝트하기 전 가장 큰 걱정은 '내가 과연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혼자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였다. 다행히 좋은 팀원분들을 만나서 많이 배웠고, 다른 분이 모르는 것은 내가 채우기도 하면서 프로젝트를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하나 피드백을 하자면, 오류가 나거나 코드가 잘 안 풀릴 때 혼자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곧잘 다른 분들에게 해답을 여쭤본 것이 아쉽다. 몇 주 후에 프로젝트를 또 하게 될 텐데 그때는 오류가 생겼을 때 스스로 고민해보고 문제와 싸우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후보자정보 페이지

 

<2022년을 맞이하며>

지금의 내 모습과 내가 꿈꾸는 미래는 예전과는 아주 다르다. 부모님이 바랐던 내 모습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나 역시도 대학에 입학할 때 졸업 즈음에는 영어 선생님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선생님이 되기까지의 고단한 과정을 견딜만한 열정이 없었고 결국 내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코딩의 '코'자도 모르던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놀랍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누구나 입문하기 쉬운 분야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전문성을 길러서 회사에서든 이 사회에서든 대체될 수 없는, 적어도 1인분은 해내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엘리스 코스 하기 전에는 뭘 몰라서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막막했는데 지금은 해야 될 게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나는 비전공자이고 개발관련 질문을 할 수 있는 지인도 없었지만, stackoverflow 슬랙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와 자신의 시행착오와 지식을 공유하는 개방적인 개발자 문화가 있었기에 이 분야 도전할 있었다. 그분들이 제공해주시는 자료들과 조언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할 있었던 것 같다. 개발자로서 큰 꿈을 그려보자면 나도 그동안 배우고 깨달은 것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1년 소망 중 하나는 코로나가 어서 종식되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유럽여행을 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였지만, 역시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상황이 어떻든 그냥 주어진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열심히 하자.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하기까지 하면 더 좋겠다.

 

 

 

댓글